뉴한국방송뉴스통신사 신유철기자 기자 | 제주 농업·수산업·축산업 분야에서 50년 이상 종사한 도민 49명이 각자 삶의 가치를 인정받아 전국 최초로 명예직능학사 학위를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9일 도청 탐라홀에서 '2025년 제주도민대학 명예직능학위' 수여식을 개최했다.
수여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학위 수여자, 가족, 농·어업·축산 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평생을 1차산업에 바친 도민들의 공로를 기렸다.
이 제도는 배움의 가치를 학교 교육에만 국한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농업·수산업·축산업 분야의 도민 49명(농업 35명, 수산업 8명, 축산업 6명)이 명예직능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73.5세, 평균 종사 기간은 53.3년에 달했다.
이번에 명예직능학사 학위를 받은 농업 분야의 오병국(76세) 씨는 53년간 제주 농업 현장에서 분투해왔다.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는 고소득 작물을 발굴하고 과학영농을 실천해 지역 농업의 품격을 높인 그는 “농사는 혼자 짓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후배 농업인들과 기술을 공유하고 멘토 역할을 해왔다.
53년간 제주 농업 현장에서 헌신해 온 양호범(79세) 씨는 친환경 작목반을 창립해 지역 친환경 농업의 기틀을 세우고, 황금향 재배에 성공해 새로운 소득작목을 제시한 대표적 인물이다. 양 씨의 농장은 선진농장 견학 대상지로 꼽히는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수산업 분야에서는 이강구(67세) 씨의 사례가 주목받았다. 51년간 제주 바다를 지키며 해양환경 보호에 앞장서 온 그는 어업 활동 중 인양되는 폐그물, 폐어망 등 해양쓰레기 수거를 솔선수범하며 실천해 왔다. “우리가 바다에서 얻는 만큼 바다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불법어업 근절과 자원보호에도 힘써왔다.
최고령 수상자인 양봉업 종사자 양문언(87세) 씨는 69년간 양봉업에 헌신하며 제주는 물론 전국에 양봉기술을 전파해 왔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후배 양성을 이어가는 원로로 인정받고 있다.
학위를 받은 49명은 지역 농·어업·축산 단체 추천을 거쳐,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서류 심사와 추천단체 인터뷰를 통해 최종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허인옥 전 제주대학교 교수는 “이번 학위제는 생애 대부분을 한 분야에 몸담아 온 분들의 노력과 삶의 가치를 ‘배움’으로 존중하는 역사적인 첫걸음”이라며 “사회가 그 가치를 함께 인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심사 소회를 밝혔다.
오영훈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여러분과 악수를 할 때 평생을 살아오신 그 손길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저를 압도한다"며 수상자들의 경험과 지혜에 경의를 표했다.
이어 "최근 제주도 1차산업 조수입이 5조 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며 "감귤과 축산업, 수산업, 밭작물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던 성과로, 이 자리에 계신 명예직능학사들의 역할이 대단히 컸다”고 치하했다.
또한 "하늘에 농사가 잘 되기를 비는 시대에서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 영농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으며, 축산업과 수산업도 마찬가지”라며 "이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후배 세대들에게 든든한 횃불이자 나침판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응원을 전했다.
제주도는 명예직능학위 수여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로 오는 10월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5층에 ‘명예의 전당’을 마련하고 수상자들을 등재할 예정이다. 또한 개인별 생애사를 구술 기록으로 남기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아카이빙을 구축해 지역사회와 공유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학위 수여자들을 강사로 초빙해 제주도민대학 특별강연을 운영, 1차산업의 현장 경험과 지혜를 후속 세대에게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제주도는 이번 명예직능학위제를 계기로 앞으로는 2차산업 분야까지 대상을 넓혀, 도민 모두가 평생학습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함께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뉴스출처 : 제주도]